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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구글 디자이너 이상인 칼럼 : 뉴 노멀 시대의 도래, 새로운 생태에 대응하는 디자인 주체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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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담당자 2022-11-30 17:32:20

뉴 노멀 시대의 도래, 새로운 생태에 대응하는 디자인 주체의 역할
디자인 산업은 지금 포스트 코로나라는 시대적 상황 안에서 격변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전 산업 분야에 디지털 디자인이 적용되고,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 급격하게 진화하는 것은 그야말로 새로운 표준(New Normal)이 되었다.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 및 디자인 경영의 방향성을 짚어봄으로써, 뉴 노멀 시대에 요구되는 디자인 주체의 역할을 조명한다.
이상인 디자이너
현 Google, YouTube Ads 디자인 시스템 총괄
전 Microsoft, Cloud + A.I. 디자인 매니저
<디자이너의 접근법; 새로고침>, <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뉴 호라이즌> 저자

뉴 노멀 시대, 디자인 트렌드는 어떻게 변화하는가?
글로벌 디자인 트렌드를 단 하나로 정의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디자인은 모든 산업 분야에 결부되어 있고, 그중 어떤 테크놀로지와 연관된 디자인이냐에 따라 저마다 주요 이슈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근 주목받고 있는 ‘디지털 디자인’ 안에서는 어떨까. 지난 2022년, 해당 분야의 가장 큰 화두를 논하자면 ‘웹3.0’ 그리고 ‘인공지능(AI)’의 약진을 꼽을 수 있겠다.
먼저 웹3.0은 ‘탈중앙화’와 개인의 ‘데이터 소유’를 주요 특징으로 하는 차세대 인터넷 시스템을 뜻한다. 최초의 웹1.0이 가장 심플한 형태로서 정보를 일방향 ‘전달’하는 시스템이었다면, 소셜 네트워크 등 ‘소통(interaction)’을 바탕으로 하는 웹2.0은 데이터를 통한 상호 교류를 기본 골자로 한다.
한편 웹3.0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사용자가 인터넷상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활용 및 처리하고, 결정권까지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소유’의 개념이 더해진 것이다. 사용자들에게 데이터 소유권과 결정권을 부여하는 이러한 웹3.0 환경을 구축함에 있어, 디지털 기술과 연계한 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 역시 지속되고 있다.
한편 인공지능(AI)은 최근 10년 사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모든 산업 분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기술이 되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처럼 인공지능이 인류를 멸망시킬 거란 이야기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을 두고 ‘고도로 발달된 기술이 정말로 사람을 대체할 것인가’에 대해 펼쳐진 갑론을박의 의견들과 같이 막연한 개념으로 다가왔던 기술이 이제는 대단히 구체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실용성이 입증되고 거부감이 줄어들자 보다 많은 분야에 인공지능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미드저니(Midjourney), 달리2(DALL-E2) 등으로 대표되는 AI 디자인 툴의 급부상이다. 실제로 아트나 디자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이 이러한 AI를 통해 생성한 그림으로 미술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인공지능에 대한 비전문가들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공룡 기업의 디지털 전환
AI, 웹3.0, 메타버스, 클라우드 기술 등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전환이 전 산업에 걸친 뉴 노멀 코드로 자리매김했음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필자가 참여한 월마트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DX) 프로젝트 역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겠다. 당시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던 월마트가 선택한 전략이 바로 ‘디지털 전환’이었던 것이다.
유통업체의 경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적용할 때 백앤드부터 프론트앤드까지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통합적 전략이 필요하다. 일반 소비자들이 접할 수 없는 서버 구축부터 시작하여 물류 창고 프로세스의 디지털화는 물론, 소비자들이 직접 마주하고 체감하게 되는 웹이나 앱 환경 등이 모두 개선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월마트는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 ‘Shake it off’, 즉 ‘과거의 유산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자’라는 새로운 구호 아래 자본과 인력 등에 적극적 투자를 감행했다. 결과적으로, 월마트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프로젝트는 매출과 영업이익의 가파른 성장을 낳으며 그 실질적 효과를 증명했다. 실제로 월마트는 현재 아마존과 경쟁할 수 있는 몇 안 남은 공룡 유통기업 중 하나다. 필자 역시 웹사이트 구축과 리턴 프로세스 개선 등에 참여하며 DX의 성과를 체감할 수 있었다.

IT 관련 기업들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DX는 전통적인 산업부터 첨단 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적용되어야 하는 새로운 표준이기 때문이다.
도미노 피자 역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혁신을 이룬 기업 중 하나다. 2년 전 글로벌 피자 업계의 양대 축을 함께 담당했던 피자헛이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으며 파산한 반면, 당시 도미노 피자는 연일 상종가를 기록했다. 두 기업의 흥망을 결정지은 가장 큰 요인은 바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다.
도미노 피자 같은 경우 기존의 앱, 웹은 물론 채팅 서비스 등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섹터에서 피자를 주문할 수 있게끔 구축했다. 심지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멘션은 물론, 스마트 TV나 스마트 스피커로도 주문이 가능하게 했다.
도미노 피자의 사례처럼 기존의 사업 영역 안에서 이러한 기능과 프로세스, 플로우(flow)를 잘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디자인의 역할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마케터나 기획자의 역할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디자이너는 주어진 일만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 아닌,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삶을 이롭게 하는 모든 영역에 대해 고민하고 새로운 플로우를 만들며 이를 디자인으로 구현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바로 이것이 디자이너가 뉴 노멀 코드에 주목하고, 관련 역량을 쌓아야 하는 이유다.

B2B에서도 사용자 경험의 중요성이 확대된다
한편,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대대적인 디자인 개선 작업을 단행하고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그 영역이 일반 유저를 대상으로 하는 B2C에서 B2B에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마이크로소프트 Cloud + AI 부서의 Principal Design Manager로 근무하며 디자인 시스템을 총괄할 당시 클라우드 서비스 브랜드 에주어(Azure)의 리브랜딩을 진행했는데, 이 또한 B2B 프로덕트의 사용자 경험을 발전시키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라 할 수 있겠다.
마이크로소프트에는 400여 개가 넘는 프로덕트가 있고, 사실 B2B 툴이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에주어는 엔지니어 또는 업계 관계자 등을 제외한 일반 소비자들은 접할 일이 거의 없는 프로덕트지만,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솔루션 AWS(Amazon Web Services)의 점유율을 바짝 뒤쫓는 전 세계 2위 클라우드 인프라 스트럭처기도 하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 오피스365, 엣지 등 대중적인 프로덕트 라인업을 제외한 마이크로소프트의 B2B 프로덕트군은 생소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기존 비즈니스 목적 달성을 위해서만 존재했던 실용성 위주의 프로그램들은 디자인의 대중성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B2C와는 달리 즐거운 사용자 경험보다는 간결한 특징을 보였고, 다소 경직된 분위기마저 풍겼다. IT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B2B 제품군의 시각적 디자인이나 사용자 경험이 B2C에 비해 뛰어나지 않다는 인식까지 있었지만, 최근 기업들은 B2B에서의 사용자 경험을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바탕에는 클라우드 기술의 발전이 있다. 오늘날 사용자들은 클라우드 기술이 허문 B2B와 B2C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이 둘의 구분이 명확하게 나뉘지 않은 세상에서 살아간다. 또한 사용자의 눈은 높아져 B2B와 B2C의 경험 디자인 수준 차이를 관대하게 받아들이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B2B 디자인에도 실용성을 넘어 사용자가 프로덕트와 감정적 유대관계를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로고, 아이콘, 색상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사용자 플로우가 중요해졌다. 물론 B2B 디자인의 수준을 하루아침에 끌어올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어려운 만큼, 이를 성공시킨 기업은 엄청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디자인 산업의 미래 전망은 어떠한가?
전 산업 분야에 걸친 디지털 전환과 사용자 경험의 중요성 확대 등으로 변화하는 생태계 속에 미래 디자인은 지금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디자이너를 대체할 수 있게 되지는 않을까?
물론 실제로 특정 분야에서는 이와 관련된 논란이 종종 제기되곤 한다. 예컨대 앞서 설명한 미드저니 등 AI 디자인 툴을 통해 만든 결과물은 사람의 것인지, 인공지능의 작품인지에 대한 문제 등이 그렇다. 이런 부분에 있어, 아직도 명확한 답을 내리기 모호한 면이 있다. 우선 인공지능이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닌 유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유’란 데이터를 뜻하며, 이를 전제했을 때 결국 인공지능도 기존의 텍스트·코드·이미지 등 데이터를 바탕으로 머신러닝할 수 있도록 사람이 만들어 낸 기술일 뿐이다. 물론 이것이 AI 디자인 툴을 통해 만든 작품이 ‘개인’의 소유가 될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그 작품에는 결국 정보가 된 데이터가 있고, 그 원천 데이터는 자신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AI 디자인 툴에서는 자사의 플랫폼을 통해 생성한 작품을 NFT화 시킬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기술의 발전에 따라 산업 생태계가 변화하더라도, 디자인의 주체가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다만 디자인의 역량을 키우는 데 신기술을 이용하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언젠가 ‘사람’이 만드는 디자인이 완전히 도태될 가능성에 대한 의문에 역으로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걸어간다면 얼마의 시간이 소요될까? 빠듯하게 잡아도 최소 열흘이다. 하지만, 같은 거리를 자동차로 갈 경우 다섯 시간 안팎이면 충분하다. 발전된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하는 것은 결국 빠르고 편리한 운송 수단을 포기한 채 두 발로 걷겠다는 말과 같다. 사람이 자동차와 달리기 경쟁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절대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자동차를 누가 더 잘 몰지에 대한 경쟁은 할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결국 그 발전한 기술과 그에 따른 수단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능력 있는 디자이너로 평가받을 것이다.
달라질 디자인 산업에 대한 대응법, 데이터 드리븐(data driven)
디자인과 학생 또는 디자이너의 꿈을 꾸는 분들과 만나다 보면 스스로를 ‘아티스트’라 정의 내리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우려스러운 상황은 아티스트의 마음가짐으로 아름다움에만 치중을 한, 기능적인 면을 상실한 디자인을 추구하게 되는 경우다. 아름다움만을 지향하는 것은 순수 예술의 영역에 가깝다.
물론 아름다움, 즉 aesthetic은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기능, 즉 function을 벗어난 디자인은 좋은 디자인이라 할 수 없다. 이는 독일 바우하우스의 기초가 된 ‘예술적 창작 그리고 공학적 기술의 통합’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디자인 프로세스에 있어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 결정법 ‘데이터 드리븐(data driven)’이 주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디자인에서 데이터란 결국 사용자의 반응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데이터 드리븐은 곧 유저 테스팅(user testing)과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단순한 작업의 경우, 디자인 툴을 이용해 그 자체의 결과물을 만드는 것은 상대적으로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으로 디자인이 완성된 건 아니다. 어떠한 기능과 플로우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것을 왜 해야 하고, 이에 대한 유저의 반응은 어떠하며, 또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 테스팅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디자인을 감으로만 하는 시대는 끝났다. 예전의 디자인이 무언가가 더 ‘멋있다’는 식의 감정에 기반을 둔 평가를 받았다면, 지금은 사용자 경험에 따라 유저가 기능을 어떻게 받아들였고, 무엇을 더 선호하는가에 대한 답으로 그 가치를 입증받는다.
끝으로, 한국의 디자인 업계와 디자이너들의 수준이 대단히 높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글로벌 디지털 디자인 산업계에 비견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런 기존의 역량 위에 프로세스 적인 측면 그리고 디자인을 바라보는 인식의 측면에서 데이터 드리븐적인 사고를 더해, 보다 규모 있는 프로젝트들을 더 멋지게 처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