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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뉴스레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 업사이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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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담당자 2024-03-18 18:28:32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 업사이클링

폐건물과 폐공장 등 버려진 공간이 업사이클링으로 달라지고 있다. 쓸모를 다한 장소들이 시민과 지역사회를 위한 문화예술공간, 휴식공간, 복합문화공간 등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 업사이클링 사례를 살펴보고, 공간 업사이클링이 나아갈 방향까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글 _ 이계원
2018~현재 공유경제연구소 대표
2008~2010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2000~2013 삼성SDS
저서 <버려지는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다 – 업사이클링>,
<같이 만드는 미래 – 공유경제>,
<큰돈 들이지 않고 공유경제로 창업하기> 등


[사진1] 스타벅스 경동 1960점 일부 모습. 역사성을 보전하면서도 새로운 공간해석으로 국내 대표 업사이클링 사례로 떠올랐다. ©스타벅스 홈페이지

일반적으로 ‘업사이클링’이라고 하면 버려지는 물건에 디자인과 활용성을 더해 가치를 높이는 일을 말한다. 공간에도 동일한 개념이 적용될 수 있다. 버려지거나 노후한 건축물을 활용, 디자인 요소를 접목해 새로운 공간으로 만드는 ‘공간 업사이클링’이 바로 그것이다.

잘된 공간 업사이클링 사례들을 보면 기존 건물의 외관 모습을 살리면서도, 창조적으로 재해석해 원래의 모습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업그레이드하며 공간 활용성을 높이고 있다. 지금부터 다양한 국내외 사례들을 통하여 공간 업사이클링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글로벌 공간 업사이클링 사례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Musée d'Orsay)

프랑스 파리에는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을 전시해 놓은 오르세 미술관이 있다.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기차역 건물을 활용해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반의 작품을 모아 만든 미술관이다. 기차역과 미술관은 일견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지만, 기차역 특유의 길쭉한 공간과 사방이 유리로 되어 빛이 잘 들어오는 특성을 잘 살려 빛의 감각이 특히 중요한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잘 부각하여 전시하고 있다.

[사진2] 위 : 오르세 미술관 외관, 아래 : 오르세 미술관 내부 전경 ©Wikipedia

영국 런던 배터시 화력발전소(Battersea Power station)

아주 오래전 영국 출장을 간 적이 있다. 런던 템즈강가에 위치한 방치된 낡은 건물, 배터시 화력발전소 재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최근, 공간 업사이클링 사례로 배터시 발전소를 다시 접하게 되었다.

40여 년 동안 흉물로 방치되었던 발전소가 10년간의 도시재생작업을 거쳐 2022년 대규모 복합문화공간이 되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공간 내부는 발전소가 처음 건설됐던 1930년대의 화려한 아르데코 양식을 반영한 터빈홀A와 1950년대에 완공된 터빈홀B로 나뉘어 있는데, 두 개의 터빈홀과 화력발전소라는 물리적 환경을 살리면서도 현대적 디자인으로 업그레이드해 기존의 복합상업공간과는 차별화된 장소로 완성됐다.

오늘날 배터시 발전소는 단순 복합쇼핑몰이 아닌 지역개발의 허브가 되고 있다. 오래된 발전소의 단독 개발이 아닌 지역 전체의 개발을 통해 주상복합 아파트, 사무실, 쇼핑몰, 레저시설 등이 들어섰으며, 배터시 발전소를 중심으로 15분 거리 안에서 사람들이 일하고, 먹고, 놀고, 쇼핑하고, 쉴 수 있는 모든 기능을 갖췄다. 배터시 발전소 내 ‘Lift 109’는 굴뚝이었던 공간을 전망대로 재탄생시킨 곳으로, 360도 파노라마 전망을 선사한다.

[사진3] 좌 : 배터시 발전소 내부, 우 : 배터시 발전소 외관 ©배터시 발전소 X

국내 공간 업사이클링 사례

나주 영산나루

나주의 영산나루는 일제시대 동양척식주식회사 문서고 건물 주변을 리모델링하여 찻집과 레스토랑, 펜션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다. 영산나루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가장 오래된 건물인 영산재의 경우는 1910년대에, 그 옆 찻집으로 사용되고 있는 성류정의 경우는 1940년대에 지어졌다고 한다. 영산나루의 본체에 해당하는 빨간 벽돌 지붕의 서양식 레스토랑은 비교적 최근에 새로 지은 건물이다. 최근 서울 유명 음식점인 익선121과 부산 카페인 올드머그가 함께 운영하는 ‘영산나루 BY 익선121 올드머그’라는 카페로 바뀌긴 했지만, 외관과 내부는 거의 변하지 않고 그대로다.

[사진4] 좌 : 1910년대에 지어진 영산재 건물, 우 : 영산나루 본관 건물 ©이계원

서울 스타벅스 경동 1960

최근 ‘서울의 핫한 공간’으로 꼽히는 스타벅스 경동 1960점 역시 대표적 사례다. 이곳은 일반적인 스타벅스 건물 하면 생각나는 전형적인 모습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스타벅스 카페는 대부분 도시 중심부 교통이 편리한 곳의 건물 1층에 위치한 경우가 많은데, 경동 1960점은 특이하게도 재래시장인 경동시장 건물 3층에 있다.

스타벅스 경동 1960점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생각지도 못한 낯선 넓은 계단식 공간이 펼쳐진다. 오래된 극장 건물을 리모델링한 실내는 기존 계단식 극장의 형태를 최대한 살려서 새롭게 업그레이드했다. 계단의 단차를 이용하여 방문객들이 오붓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테이블과 좌석을 배치해 놓았으며, 극장의 특성상 창이 없는 어두운 공간을 따스한 조명으로 업그레이드하고, 높은 층고를 살려 개방감을 극대화하였다. 스타벅스 경동 1960점은 시장 상인들 간에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불협화음도 일부 제기되고 있지만, 공간 업사이클링을 통해 젊은 세대들을 재래시장으로 유입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분명 도시재생의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사진5] 스타벅스 경동 1960점 내부 ©스타벅스 홈페이지

부산 모모스커피

카페, 로스터리, 교육, 온라인 사업 등 커피에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전개 중인 부산 모모스커피는 2007년 부산 온천장의 한 식당 내 4평짜리 작은 창고에서 시작됐다. 지금 부산 온천장 본점은 그 건물 전체를 사용하고 있는데, 오래된 적산가옥의 모습을 보전, 일부 개조하여 독특한 정취를 돋운다.

가장 부산스러운 풍광을 가진 영도 물양장에서도 모모스커피는 스페셜티 커피 문화를 알리고 있다. 이곳에서는 낡은 배들이 정박되어 있는 소형선 부두의 독특한 풍광을 즐길 수 있는데, 생동감 넘치는 항구 도시로서 부산의 특성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커피에 진심인 모모스커피는 업계의 아카데미상에 비견되는 유명 커피 어워드에서 ‘올해의 로스터’로 선정됐는데, 이는 커피 도시 부산의 위상이 반영된 결과로도 보인다.

[사진6] 좌 : 모모스커피 온천장 본점
우 : 모모스커피 영도 로스터리 앤 커피바 ©모모스커피 홈페이지

공간 업사이클링이 나아갈 방향

공간 업사이클링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고 나아갈 것인가? 그 첫 번째 답은 공간 역사성의 보전에 있다. 건물이 오래됐다고 헐어버리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앞으로는 건물이 가진 역사성과 세월이 주는 느낌, 그 안에서 이루어졌던 수많은 추억들을 잘 보존할 필요성이 있겠다. 사람이 공간을 추억하게 만드는 것은 꼭 물리적으로 눈에 보이는 건축물만이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그 공간을 스쳐 지나가는 향기가 오래된 추억을 소환할지도 모른다. 스타벅스 경동 1960점에서는 그윽한 커피 향과 갓 구운 빵의 향기가 났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의 향기를 통해 유년을 떠올리는 것처럼, 누군가 은은한 커피 향 속에서 어린 시절 부모님과 손잡고 찾았던 재래시장의 추억을 떠올릴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공간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수반되어야 한다. 영산나루의 가장 오래된 건물인 영산재는 일제시대에 문서고로 사용되었다. 원래 용도로 보면 오늘날에도 문서 보관이나 도서관 정도로 사용하는 것이 적합할 것 같지만, 한동안 이 공간은 ‘퀸즈 티 아카데미’라는 차 교육 공간으로 활용되었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공간에서 우아한 차 세트를 앞에 두고 교육을 받고, 티타임을 갖는 것도 나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공간에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을 접목시키는 시도 역시 그 공간의 가치를 한층 끌어올려 줄 것이다. 모든 건물은 그 시대의 건축기법과 기술을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오래된 건물이라고 해서 옛날식 건축 자재를 쓰고, 옛날식 내부 구성을 유지할 필요는 없다.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하게 될 경우 외형적인 부분은 기존의 모습을 살리더라도 내부 구조는 현재의 용도에 맞게 다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오래되었다고 더 나은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스타벅스 경동 1960점도 오래된 극장의 원형을 살려 리모델링했지만, 극장 내부는 레트로한 디자인에 첨단 기술들을 접목할 수 있도록 업사이클링하였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 앱의 사이렌오더로 주문하면 벽면에 닉네임이 뜨는 식으로 젊은 세대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사진7] 좌: 나주 영산나루 영산재 차교육 공간 ©이계원
우: 스타벅스 경동 1960점 전광판 ©이계원

국립현대미술관에 있는 백남준의 ‘다다익선’이라는 비디오 아트 작품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기존 1980년대에 생산된 CRT 모니터 1,003개를 탑처럼 쌓은 기념비적인 작품인데, 사용된 TV 모니터들이 노후화되어 한때 가동이 중지되기도 했다. 더 이상 생산되지도 않는 TV 모니터 원형을 고집하느라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는 것은 제작자인 백남준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시대를 앞서간 백남준이라면 요즘 나오는 첨단 모니터를 사용하여 작품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호탕하게 동의했을 것 같다. 다행히 다다익선은 약 30년간 수리를 반복해오다 2019년부터는 3년의 기간 동안 본격적인 보존·복원 사업을 거쳐 재가동되고 있다. 이처럼 ‘원형 그대로의 보전’이라는 집착만 버린다면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여 예술작품을 분명 더 임팩트 있게 선보일 수 있다.

[사진8] 백남준, 다다익선 ©Wikipedia

지금까지 국내외 사례를 통하여 공간 업사이클링이 나아갈 방향을 살펴보았다. 사실 어느 한 건물에 대한 업사이클링이 아니라, 지역과 같이 발전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공간 업사이클링의 핵심 가치 중 하나다. 한동안 낙후된 지역에서 도시재생이라고 하여 오래된 건물 외관에 벽화를 그리는 것이 유행한 적이 있다. 낡은 벽면 외관이 그대로 보이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예쁘게 페인트칠을 한다고 내부의 불편함을 숨길 수는 없다. 맛있지 않은 음식은 외양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한두 번 먹고 나면 더 이상 손이 가지 않는다. 도시재생도 결국 겉과 속이 다 같이 업그레이드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낙후된 건물은 주변을 슬럼가로 만들지만, 지역의 역사성을 보존해 잘 개발하면 분명 주변 상권을 살리면서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의 확대와 함께 공간 업사이클링이 지역 차원에서 잘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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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24-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