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뉴스레터] 복지플랜 이현진 대표 인터뷰 : 무장애 여행을 넘어 포용 여행으로 상세보기
[뉴스레터] [뉴스레터] 복지플랜 이현진 대표 인터뷰 : 무장애 여행을 넘어 포용 여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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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담당자 2024-05-20 14:17:04
무장애 여행을 넘어 포용 여행으로
복지플랜 이현진 대표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장애인의 국내 여행 경험률은 10.9%로, 지난 5년 동안 겨우 1% 상승했다. 동년 전체 국민의 국내 여행 경험률 91.8% 대비 현저히 낮은 수치다. 관광지 전반에 배리어프리 환경이 조성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장애인이 국내 여행조차 경험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부산에 위치한 사회적기업 ‘복지플랜’은 이러한 여행의 불평등을 타개하여 세상 모든 사람이 여행을 통한 여가를 누릴 수 있도록 힘쓰는 기업이다. 무장애 여행을 넘어, 포용 여행이라는 더 큰 가치를 실현하고자 매진하는 복지플랜 이현진 대표를 만나보았다.
복지플랜 주식회사
대표 : 이현진
bokjiplan@naver.com
2024년 수륙양용 휠체어 특허 등록
2023년 부산시 우수 사회적경제기업 선정
2022년 부산관광혁신대상 수상
어떻게 무장애 여행사를 운영하게 되셨나요?
창업 전 여행사에서 근무하던 시절, 종종 거동이 불편한 노인분들을 대상으로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그러면서 관광 약자가 직면한 다양한 어려움을 확인하게 됐고,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퇴사 후 복지관에 근무하면서는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여행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해 보았지요. 그러면서 좀 더 혁신적인 무장애 여행 프로그램, 기존과 차별화된 다양한 배리어프리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2019년 1월 복지플랜을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복지플랜이 하는 일에 대해 알려주세요.
복지플랜은 여행을 자유롭게 경험할 수 없는 장애인, 노인, 취약계층에게 여행 및 다양한 체험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이에요. 저희의 여행 상품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구분 없이 똑같이 여행할 수 있는 ‘무장애 관광’, 노인과 아동은 물론 임산부나 유모차를 끄는 사람까지 편안하게 누릴 수 있는 ‘배리어프리 관광’, 또 한 단계 나아가 장애, 연령, 성별, 인종, 국적 등 사회문화적 조건과 관계없이 누구나 평등하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포용관광’의 영역까지 아우릅니다. 그 밖에도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문화체험을 통해 여가선용의 기회를 확대하고,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자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어요.
배리어프리 관광에 대한 수요와 관심은 어느 정도인가요?
무장애 여행사는 전국적으로 6곳뿐입니다. 부산에서는 복지플랜이 유일하지요. 다만, 아직 많은 분들이 무장애 여행에 대해 잘 모르고 계세요. 복지플랜을 비롯한 무장애 여행사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런 여행이 있다는 걸 알려야겠죠.
무장애 여행을 한번 해보기만 하면 만족도가 몹시 높아 또다시 경험하려는 분이 많아요. 실제로 복지플랜도 창업 초기에는 주로 사회복지관과 연계하여 고객을 확보했지만, 지금은 개인이 직접 연락을 주시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흔히 ‘장애인은 구매력이 없을 것’이라 오해하시곤 하는데, 이들 역시 소비 주체로서 사회의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와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것 같은데, 지금까지 어떻게 회사를 성장시켜 오셨나요?
처음엔 막막했던 부분들도 있었죠.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부터 고객 확보 방안, 수익에 대한 부분 등 회사가 지속해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다행히 창업 초기에는 부산관광기업지원센터 공모전에 선정, 센터에 입주하여 멘토링 프로그램이나 창업 역량 패키지 등의 지원을 받으며 사업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창업 1년여만에 코로나19라는 큰 위기를 겪게 됐는데, 그 기간을 견뎌내고자 마케팅에 보다 주력하는 동시에 ‘수상 휠체어’ 연구 개발에 몰두하기 시작했습니다.
복지플랜이 개발한 ‘수상 휠체어’에 대해 알려주세요.
바다에서 배리어프리 관광을 진행할 때마다 생각했습니다. 장애인, 노약자들도 멀리서 풍경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몸소 바다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요. 2019년 수상 휠체어 바다체험여행 콘텐츠를 시작한 후 이러한 인프라를 더 구축하고 싶었지만, 당시 활용했던 수입 휠체어는 질적으로도 비용적으로도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그래서 직접 만들어보고자 한 거죠.
R&D사업을 통해 수상 휠체어 개발에 착수한 후 2022년 프로토타입을 완성, 이를 개량해 2023년 마침내 ‘서프휠’ 개발을 완료하였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별도의 수상 휠체어 안전 기준이 없어, 중소조선연구원과 협업해 소형 선박 기준으로 검사를 받아 안전성도 확보했어요. 현재는 프로그램 운영보다 판매를 위주로 하고 있는데, 보통 해변이 있는 기초 지자체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십니다. 복지관이나 장애인 단체에서도 수요가 있는 편이죠. 최근에는 송정에서 열린 서핑 프로그램에 협찬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서프휠은 해외 제품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우수하다고 알고 있는데요.
해외 제품으로 수상 휠체어 바다체험을 진행해보면 입수 각도로 인해 사용자가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서프휠’의 경우 앉아 있는 기본 각도 그대로 입수할 수 있어 안정감이 우수합니다. 또한 앉는 부분과 등받이 부분을 완전히 펼칠 수 있어, 누워서 생활하는 와상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특별하지요.
서프휠은 바다에 가보지 못한 장애인들, 마음껏 바다를 즐기지 못하는 노약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해양 모빌리티’입니다. ‘휠체어’라는 이동 수단을 넘어 누구나 차별 없이 즐길 수 있는 레저스포츠 장비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그래서 지금은 안전요원이 끌어주는 형태이지만, 올해는 전동화를 통해 사용자가 직접 조종할 수 있게 개선할 계획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시다면?
처음 수상 휠체어 바다체험을 진행했을 때, 뇌병변장애인이었던 체험자 중 한 분이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평생 살면서 바다에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했고 또 앞으로도 그런 경험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셨던 거죠. 정말 고맙다고 연신 얘기하실 때 저도 울컥하더라고요. 좋은 추억을 만들어드렸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도 느꼈습니다. 무장애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여행하며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는 게 가장 큰 기쁨이에요. 실제로 고객님들의 여행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맛있는 걸 먹고, 좋은 풍경을 감상하며 돌아다니는 것 자체에 감사하다고 늘 말씀해주세요. 그럴 때마다 우리 일에 대한 보람과 사명감을 느끼죠.
현재 가장 주력하고 계신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추가로 개발하고 싶은 부산 관광콘텐츠가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현재는 수상 휠체어 수출과 내수 시장에 집중하고 있어요. 개발이 완료되어 양산 단계에 도달한 만큼, 이를 널리 알리고 더 많은 분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선 국내에서 원활히 보급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홍보 및 마케팅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요.
또, 아무래도 부산하면 바다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잖아요. 앞으로 해양 레포츠와 연계한 콘텐츠 개발도 추가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다음 배리어프리 콘텐츠로는 수상 휠체어를 활용해 스킨스쿠버까지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 중입니다. 이 외에도 장애인 호핑투어, 해변요가, 패들보트 등 누구나 평등하게 실제 바다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특수한 지리·환경적 특성을 가진 부산에서 배리어프리 관광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데 있어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가파른 관광지가 많은 부산이지만 어디든 배리어프리 여행이 가능합니다. 장비만 갖춰진다면 초량 40계단도 충분히 둘러볼 수 있지요. 부산의 관광지들은 비교적 배리어프리 환경이 잘 조성된 편이라 생각합니다. 파손이나 고장 등을 좀 더 세밀하게 살피고, 지속적으로 관리해 줄 필요는 있겠지만요. 늘 ‘여행하지 못하는 곳은 없다’는 생각으로 관광상품을 기획하고 운영하려 합니다. 누구나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갈 권리가 있으니까요. 작년엔 중증장애인들과 크루즈를 타고 울릉도 여행을 다녀온 적도 있습니다. 이처럼 배리어프리 환경이 충분히 조성되지 않은 지역들도 그 환경에 우리 시스템을 맞춘다면 어디든 여행할 수 있어요.
‘배리어프리 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배리어프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계신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다면요?
배리어프리 디자인이 아무리 잘 적용되어도, 탄탄한 인프라가 마련되어도 사회에 ‘편견’이 존재하는 한 완벽한 무장애 환경은 구축될 수 없어요. 실제로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식당과 숙소임에도 장애인 손님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인식 개선이 중요한 일인 만큼, 그 어떠한 편견이 없이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똑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배리어프리 디자인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목표와 꿈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대한민국보다 배리어프리의 수준이 더 열악한 나라가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에는 다수의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는데요. 이들이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인프라가 너무나 부족합니다. 우리나라 대비 현지 장애인들은 더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반이 부족해 여가문화를 누리지 못하는 거죠. 저희는 이러한 낙후된 지역에 지점을 세워 그들도 여행을 다닐 수 있게 돕고 싶습니다. 한국에 관광을 올 수도 있고, 역으로 국내의 장애인들이 그 나라로 갈 수도 있겠죠. 이처럼 향후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배리어프리 인바운드 관광을 진행하고 싶어요. 현지 관광공사 및 관광과와의 미팅을 통해 차츰 구체화해 나가려 합니다. 언젠가는 전 세계에 지점을 세우는 것이 복지플랜이 꿈꾸는 미래 모습이에요. 많은 응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