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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브랜드 페르소나, 새로운 시대의 디자인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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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담당자 2024-12-23 11:07:53

브랜드 페르소나, 새로운 시대의 디자인 전략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브랜드는 다양한 모습으로 고객에게 다가온다. 기업은 고객 경험을 새롭게 정의하고 마케팅의 중요 수단으로 브랜드 페르소나를 활용한다. 성공적인 브랜드 사례를 통해, 브랜드 페르소나의 형성과 디자인 전략이 어떻게 브랜드와 고객 간의 관계를 형성하는지 탐색한다. 또한, 새로운 시대에 맞는 브랜드 페르소나 디자인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글_박영심
크로스컬러디자인연구소 대표
(사)동남권디자인산업협회 대외협력부 이사
brunch.co.kr/@zerosimp
보이지 않는 산업혁명 시대의 디자인
1900년대부터 디자인산업의 패러다임은 다변화되어 왔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이후, ‘보이지 않는 산업혁명’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새로운 시대를 이끄는 변화의 핵심은 무엇일까. 과거 산업혁명의 역사를 돌아보면, 근본적인 변화의 시발점에는 언제나 혁신적인 기술의 등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새로운 시대 흐름을 대표하는 기술 중 하나가 바로 인공지능(AI)이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될 기술이자 미래 먹거리로서 주목받고 있다. 많은 기업이 인공지능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어 개발에 공을 들인다. 주행 상황을 인식하여 운전을 돕는 자율주행부터 취향에 맞게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 알고리즘, AI 기반 디자인 도구까지. 그렇다면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을 온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비록 변화의 시발점이 기술이더라도 모든 혁신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결국,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사용하는 것도, 결과를 판단하는 것도 모두 사람이다. 창의성과 직관, 문화적인 맥락 없이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기란 요원한 일이다. 따라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건 사람이 만든 고유한 이야기와 색깔이다. 여기서 미래 디자인과 브랜드 전략의 열쇠를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디자인해야 할까. 또 디자인의 가치를 극대화할 방법은 뭘까. 이를 위해 어떤 모습의 브랜드가 고객에게 좋은 경험과 영감을 주는지 알아보고, 어떻게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천 개의 탈을 쓰고 디자인하라
페르소나(Persona)란 고대 그리스 시대 연극 배우들이 썼던 ‘가면’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가면은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고, 사회적 역할이나 등장인물을 나타내는 도구로 사용됐다. 이후 라틴어 사람(Person)과 성격(Personality)의 어원이 되었으며, 분석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이 ‘인간은 천 개의 페르소나(Persona, 가면)를 지니고 있어서 상황에 따라 적절한 페르소나를 쓰고 관계를 이룬다’라고 주장하며 사회적 자아로서 타인에게 비치는 외적 인격을 나타내는 심리학 용어가 되었다.
디자인 씽킹이나 사용자 경험(UX·User Experience) 측면에서 페르소나는 고객을 나타내는 ‘가상의 인물’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마케팅 전략은 누구를 타깃으로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제품과 서비스를 구상할 때 ‘누구를 위한’ 것인지 설정하는 타깃 페르소나(Target Persona)는 실제 사람이 아니지만, 인터뷰나 설문조사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와 가장 가까운 모델을 취한다. 이때 타깃의 고객 여정 지도1)에 따라 니즈(Needs) 포인트와 페인(Pain) 포인트를 찾고, 구체적인 대상을 설정한다. 브랜드는 타깃 페르소나를 참고하여 행동양식을 디자인하고 이를 토대로 마케팅을 펼친다.
1) 고객 여정 지도(Customer Journey Map): 고객이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전 과정을 단계별로 시각화한 도구를 의미함
그에 반해 브랜드 페르소나(Brand Persona)는 기업 스스로가 ‘우리는 OO입니다’라 규정짓고자 생성한 모델이다. 고객과 소통하고자 만들어지는 정체성으로, 마치 사람의 인격처럼 특정한 성향, 감정, 태도, 가치관 등을 가진 것처럼 설정된다. 이때 고유성과 차별성으로 구축한 최적의 아이덴티티를 고객에게 쉽고 정확한 메시지로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잘 만든 브랜드 페르소나는 고객에게 스며들어 감동을 선사하고 특별함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이는 소비로 연결되며, 고객의 신뢰와 충성도를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타깃 페르소나가 고객의 니즈를 분석해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콘셉트를 만드는 과정이라면, 브랜드 페르소나는 자사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한 전략 구축 과정에서 브랜드를 인격체로 설정하여 브랜드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다. 디자인 프로세스 단계에서는 어떤 탈을 쓰고, 어떤 접근 방식을 취하느냐에 따라 브랜드의 키워드와 메시지가 달라진다. 이처럼 적절한 타깃과 브랜드 페르소나 설정은 맞춤형 서비스 개발, 브랜드 스토리텔링에 큰 영향을 미친다.
행동을 만드는 페르소나

나이키는 ‘아스피레이셔널 아치트(Aspirational Athlete)’라는 페르소나를 설정하고, 마케팅 메시지와 제품디자인을 개발했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심리적 특성을 결합하여 ‘운동선수가 되길 열망하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삼고, ‘Just do it’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동기부여 캠페인을 통해 개인적 성취와 잠재력을 강조하는 등 고객 행동을 변화시켰다.
이 외에도 차별을 허물고자 노력하는 운동선수들을 조명하는 ‘드림 크레이지(Dream Crazy)’ 캠페인,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콜린 캐퍼닉이 등장한 캠페인 등 수많은 캠페인을 진행해 정서적 차원에서 타깃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나이키는 깊이 있는 통계학, 심리학적 조사를 통해 고객 이미지를 구축하고,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개발하여 브랜드 충성도와 매출을 증가시킨 성공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광고 문구로 ‘제발 이 옷을 사지 말라(Don’t buy this jacket)!’를 내세울 정도로 지속 가능성과 친환경 가치를 중시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매년 매출 1%를 ‘지구에 내는 세금’으로 환경단체에 기부하고, 리사이클 원단과 유기농 목화를 소재로 한 의류 제품을 생산한다. 판매하는 친환경 제품 또한 “재킷의 60%는 재활용 소재를 이용했지만, 이 과정에서 탄소 20파운드(약 9㎏)가 배출됐고 아무리 오래 입다가 버려도 3분의 2는 쓰레기가 된다”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광고 전략은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가치 중심 소비를 하는 MZ세대에게 적중해 가파른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디자인과 광고를 통해 느껴지는 브랜드 페르소나를 체화한 고객들이 선택한 결과다.
창립자 ‘이본 쉬나드’는 서핑과 암벽등반 등 아웃도어 활동에 진심이며, 이익 추구보다 환경보호를 우선으로 생각할 만큼 굳건한 철학을 지니고 있다. 그는 파타고니아를 인간화한 인물로 볼 수 있다. 고객 또한 파타고니아의 아웃도어 제품을 구매하면서 그의 선한 영향력에 동참하고 친환경적인 선택을 하는 페르소나를 내면화한다. 이는 한 개인이 브랜드의 표상이 되는 만큼 성공적인 브랜드 페르소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20년 4월부터 업사이클링 개념을 도입해, TV 포장 박스를 반려동물의 놀이터나 소형 가구로 재활용할 수 있는 에코 패키지를 선보였다. 전 세계로 출고되는 TV 포장 박스를 골판지로 제작하고, 각 면에 도트(Dot) 디자인을 적용하여 고객이 원하는 가구 모양으로 손쉽게 잘라내 조립할 수 있도록 패키지 디자인을 전면적으로 변경했다.
삼성전자는 2020년 4월부터 업사이클링 개념을 도입해, TV 포장 박스를 반려동물의 놀이터나 소형 가구로 재활용할 수 있는 에코 패키지를 선보였다. 전 세계로 출고되는 TV 포장 박스를 골판지로 제작하고, 각 면에 도트(Dot) 디자인을 적용하여 고객이 원하는 가구 모양으로 손쉽게 잘라내 조립할 수 있도록 패키지 디자인을 전면적으로 변경했다.

유통 브랜드들도 기후위기에 따라 변화된 소비 트렌드를 인식하고, 고객에게 새로운 배송 경험을 제공하는 행보를 보인다. 100% 재생할 수 있는 종이 박스나 재사용 가능한 친환경 배송 패키지를 활용하는 등, 지속 가능성과 친환경 가치를 강조한 브랜드 페르소나를 활용하여 환경을 지키는 고객 행동을 유도한다.
결국, 브랜드 페르소나는 브랜드와 고객 간의 지속적인 관계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브랜드 디자인은 브랜드 페르소나를 시각적이고 경험적으로 구현해 고객에게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와 철학을 전달하는 통로가 된다. 따라서 브랜드 디자인은 브랜드 페르소나를 효과적으로 시각화하고 고객들의 공감을 얻을 때 성공적인 경영전략이 되며, 브랜드가 지향하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기여한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디자인 전략
새로운 시대에는 어떤 브랜드의 페르소나 디자인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덴마크 디자인센터(Danish Design Center, 2003)에서는 디자인의 역할을 ‘디자인 사다리’ 모델로 정의하고, 디자인에 대한 태도와 성숙도를 바탕으로 네 단계로 구분 지었다. 해당 모델은 디자인을 사용하지 않는 단계에서부터, 혁신을 이끄는 전략 도구 단계까지 활용 수준에 따라 계단식으로 상승한다.
디자인 사다리 모델을 통해 기업의 디자인 활용도와 성숙도를 평가하였을 때, 과거에는 제품의 미적 부분에 중점을 둔 스타일링 수준에 머물렀다면, 최근 들어서는 프로세스 개선과 혁신의 수단으로 활용한 사례가 증가하면서 시대적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예쁘고 아름다운 제품을 만들거나, 고객이 원하는 것만을 만드는 시대는 지났다. 가치 창출의 주체와 이해관계자들의 역할이 어떻게 해석되는지에 따라 고객의 선택이 달라진다. 브랜드가 고객이 스스로를 투영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고 기대에 부합하는 진정성을 강조해야 하는 이유이다.
다양한 종류의 소셜 네트워크가 등장하면서 마케팅 시장 또한 함께 확대되었다. 개인화되고 다채로워진 취향, 개성 표현 등 고객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시장은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디지털 마케팅에 중점을 둔 스타트업에서는 고객을 매료시킬 수 있는 브랜드 페르소나 활용이 더욱 중요하다. 마치 연예인의 이미지가 고객을 설득하듯이, 브랜드는 철학을 가진 사람처럼 페르소나를 구축해야 한다.
따라서 과거에는 타깃 페르소나만을 마케팅에 활용해 왔다면, 앞으로는 디자인 주도의 브랜드 페르소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혁신을 만들기 위한 전략이자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새로운 기술이 끝없이 등장하다가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현시점, 결국 시대 가치를 반영하고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브랜드 페르소나가 전성기를 누리게 될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얼굴, 브랜드 페르소나를 디자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