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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뉴스레터] 사람을 담은 디자인, 도시의 얼굴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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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담당자 2025-04-24 16:56:19

Trend & Insight 사람을 담은 디자인, 도시의 얼굴이 되다

오늘날 도시는 인간의 삶이 다층적으로 교차하는 공간이다. 이에 도시디자인은 사람들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도시 환경을 조성하는 통합적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간 중심 도시로의 전환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부산시 역시 ‘15분 도시’라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변화의 흐름에 섰다.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도시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시민과 더불어 살아가는 글로벌 허브 도시로의 도약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사진1] 이동 약자를 배려한 환경으로 조성돼 있는 동백공원 해안산책로 ©비짓부산(촬영기관 : ㈜써머트리)

인간 중심 디자인의 재조명

1971년, 빅터 파파넥(Victor Papanek)은 ≪인간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the Real World)1)≫에서 “디자인은 혁신적이어야 하고, 고도로 창조적이어야 하며, 인간의 진정한 요구에 반응하는 다학제적인 도구여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그는 2차 산업 혁명 이후 대량 생산 중심의 산업 디자인이 초래한 과도한 소비 지향적 흐름을 비판하며, 디자인에 관한 인식의 전환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무엇이 본질적으로 중요한가?’라는 물음이 떠올랐고, 디자인은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다시금 출발점을 재정립하게 됐다. 특히, 인간의 삶이 가장 밀도 높게 이뤄지는 ‘도시’는 디자인 철학이 집약적으로 드러나는 무대로, 도시디자인은 개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동시에 사람과 환경이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중요한 전략으로 작동한다.

21세기는 ‘국가의 시대’를 지나 ‘도시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급속한 도시화와 인구 집중 현상은 도시 환경의 근본적 재고를 요구하며, 인간 중심의 도시디자인이 필수적 담론으로 부상하고 있다. 오늘날 도시는 거주, 교통, 교육, 문화 등 다양한 기능이 얽힌 복합 시스템으로, 시민들의 일상에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도시를 인간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일은 추상적 이론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느끼고 경험하는 데서 출발하는 구체적 개념이다.


1) 디자이너의 윤리의식과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디자인은 인간과 사회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 인간 중심 디자인 분야의 대표적 저서

이런 맥락에서 ‘플레이스 메이킹(Placemaking)2)’은 현대 도시디자인의 주요 전략으로 주목받는다. 예를 들어, 영국 런던의 코벤트 가든(Covent Garden)은 청과물 시장으로 기능하던 산업 공간을 지역 커뮤니티 기반의 문화관광 거점으로 재탄생시켜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도시브랜드를 강화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일본 도쿄의 롯폰기 힐스(Roppongi Hills) 또한 글로벌 오피스, 주거 공간, 상업 및 문화 시설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진 도시형 복합 단지로, 시민들의 다양한 도시 경험을 수용하며 도시 공간의 새로운 정체성을 제안한다. 이처럼 플레이스 메이킹은 특정 공간을 통해 시민들이 정서적 유대감과 공동체적 경험을 형성하도록 유도하며, 물리적 구조물의 미적 완성도보다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활동과 경험을 중시하는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 방식이다.


2) 도시나 지역 내 공공공간을 발굴해 생명력을 불어넣고, 시민의 일상 경험을 중심으로 공간의 활용 가치를 극대화하는 혁신적인 도시디자인 과정을 의미함

사람을 중심으로 도시를 다시 바라보다

사용자 중심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의 삶과 경험을 담아내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에 관한 실마리는 인간 중심 철학을 효과적으로 구현한 해외 도시 사례들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들은 도시 공간이 사회적 통합과 지속 가능성의 관점에서 재편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파바라(Favara)는 도시 쇠퇴와 실업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대응해 예술과 문화를 매개로 한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전시, 공연, 워크숍, 커뮤니티 행사 등이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인 ‘팜 컬쳐럴 파크(Farm Cultural Park)’는 지역민의 참여로 이뤄진 도시 혁신의 결과물로, 도시 재생을 통한 사회적 활력 회복과 공동체 기반 도시 조성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진2] 이탈리아 시칠리아 파바라의 팜 컬쳐럴 파크 ©Farm Cultural Park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그래픽 디자인 기업인 아라우나 스튜디오(Arauna Studio)와 협업해 보행자 중심 도시로의 전환을 위한 실험적 그래픽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도입했다. 전통적인 도로 표지판을 타이포그래피로 재구성해 도로에 직접 새겨 넣음으로써, 도시 공간과 사용자 간의 직관적 소통을 강화했다. 해당 시스템은 보행자 경험을 향상하는 동시에 도시 경관의 심미성과 기능성도 함께 높이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사진3] 스페인 바르셀로나 거리에 새겨진 보행자 중심 타이포그래피 ©Arauna Studio

도시디자인은 형태적·기능적 설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지역사회 교류, 사회적 연대, 사용자 경험까지 아우르는 통합적인 접근을 요구한다. 물론 도시 구성원의 요구는 다층적이기 때문에 모든 니즈를 충족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따를 수 있다. 그럼에도 도시디자인은 다수 시민의 삶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중심으로 계획돼야 하며, 이때 ‘공공성(Publicness)’이 핵심 기준이 돼야 한다. 공공성은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고 이를 공간 설계에 반영하는 관점으로, 향후 인간 중심 디자인 철학에서 도시디자인의 포용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실천 방향이 된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환경 조성, 유니버설디자인

앞서 언급한 포용적 도시디자인의 실천 방향을 가장 잘 반영한 분야는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3)이다. 유니버설디자인 철학은 신체적인 편리성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각각의 입장을 총체적으로 고려하는 개념으로, 수용과 공감을 기반으로 한 공공디자인을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둔다.


3) 나이, 성별, 장애 유무 등 개인의 특성과 무관하게 모든 사용자가 직관적이고 안전하게 제품, 서비스,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포괄적인 디자인 접근 방식을 의미함

2020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앞둔 시점, 일본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은 ‘더 도쿄 토일렛 프로젝트(The Tokyo Toilet Project)’를 통해 공중화장실 리모델링에 나섰다. 기존 공중화장실에 대한 고정관념을 해체하고 나이, 성별, 장애 유무 등 모든 차이를 포용하는 공공공간 구축에 초점을 맞췄으며, 특히 장루 환자와 같은 소수자 집단까지 배려한 실질적인 유니버설디자인 철학을 구현했다고 평가받는다.

[사진4] ‘더 도쿄 토일렛 프로젝트’로 구축된 공공화장실 중 일부 ©The Tokyo Toilet Project

대중교통 시스템에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하면 어떨까. 브라질 쿠리치바의 ‘원통형 승강장’은 승강장과 버스 탑승구의 높이를 동일하게 설계한 플랫폼으로 구성돼 있다. 출입문에도 리프트가 설치돼 있어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이동 약자에게 평등한 승하차 환경을 제공하고, 대중교통의 효율성과 접근성을 동시에 향상한다.

[사진5] 브라질 쿠리치바의 대중교통 시스템

국내에서도 유니버설디자인의 중요성이 확대되며 다양한 적용 형태가 등장하고 있다. 서울 이촌한강공원에는 이동 약자와 일반 시민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여가 공간인 ‘모두를 위한 피크닉 풀’이 조성됐다. 무장애 피크닉 공간을 비롯해 다양한 신체 높이에 맞춘 테이블과 의자, 휠체어 및 유아차 동선을 확보한 데크 등 사회적 변화를 고려한 설계로 유니버설디자인의 실효성을 높였다.

[사진6] 서울 이촌한강공원에 조성된 ‘모두를 위한 피크닉 풀’ ©서울시

2023년에는 국내 최초의 장애 예술인 전문 극장인 ‘모두예술극장’이 개관했다. 설계 단계부터 유니버설디자인 개념을 적극 반영해 가변형 블랙박스 공연장, 무단차 설계, 버튼형 자동문 등을 도입했다. 단지 장애인만을 위한 편의가 아니라, 문화 시설의 접근성과 다양성을 고려한 ‘모두’를 위한 보편적 디자인의 모범 사례로 볼 수 있다.

[사진7] 국내 최초의 장애 예술인 전문 극장 ‘모두예술극장’ 내부 ©모두예술극장

이처럼 유니버설디자인은 기존의 장벽을 제거하는 차원을 넘어, 초기 설계 단계부터 모두를 고려한 보편적 설계로 접근해야 한다. 특별한 대상을 위한 별도의 공간이 아닌,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하는 것이다. 이는 하나의 디자인 방법론이 아니라, 공간을 통해 사회의 포용성과 공공성을 구현하는 전략적 수단이 되며, 일상의 작은 공간부터 도시 전체에 이르기까지 누구에게나 공평한 환경을 만들어낸다.

부산형 유니버설디자인, 도시의 품격을 설계하다

산복도로와 고가도로가 교차하는 산지 지형, 해안선과 항만이 공존하는 해양 특성, 3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거주하는 대도시로서의 인구학적 다양성을 동시에 지닌 도시 부산. 지형적‧사회문화적 특수성을 고려할 때, 나이, 성별, 장애, 국적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 환경 구축은 부산시 도시 계획의 필수 과제가 된다. 특히 ‘15분 도시4)’ 비전 아래, 시민의 일상 활동을 도보 생활권 내에서 가능하게 하는 도시 구조 재편은 인간 중심 도시디자인을 실현하는 핵심 기반으로 작용한다.


4) 도보와 자전거 등으로 생활, 일, 상업, 의료, 교육, 여가 등 6가지 필수 기능을 15분 안에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도시 모델을 의미함. 15분 도시 부산은 커뮤니티 회복과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음

지난해 2월, 부산시는 15분 도시의 체계적 정착을 위해 공공디자인 혁신을 목표로 한 도시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수립했다. 그중 <부산광역시 유니버설디자인 기본계획 및 가이드라인>은 지역의 물리적 환경과 사용자 특성을 반영해 도시 생활환경 전반에 통일된 디자인 기준을 제시한다. 지자체 최초로 마련한 친수 공간에 관한 지침을 통해 해양·관광도시로서의 정체성과 지역 고유의 문화·환경적 특성을 종합한 ‘부산형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라인’을 구축, 지역성과 공공성을 아우르는 포용적 생활환경을 도시 전역에 확산시키며, 모두를 위한 공공공간 실현을 구체화하고 있다.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을 향한 실천적 첫걸음

실제로 부산시는 부산디자인진흥원과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2023년부터 유니버설디자인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으며, 부산디자인진흥원은 계획부터 실행까지 사업의 전 과정에서 중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공공건축물 및 보행 공간 등 다양한 도시 요소에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해 시민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앞장서며, ‘시민 공감 디자인단’을 통해 다각적 의견을 수렴하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대안을 마련함으로써 참여 기반의 공공서비스 혁신 모델을 제시한다. 더불어, 정비가 시급한 공공공간을 대상으로 진단 및 컨설팅을 지원해 실질적인 환경 개편도 함께 꾀하는 중이다.

대표적인 예로, ‘유니버설디자인 시범사업 공공건축물 개선’의 첫 번째 대상지로 선정된 ‘영도구종합사회복지관’이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시민 참여 워크숍을 통해 개선 방향을 도출하고 공간을 재구성했다. 다목적 화장실 신설, 입구 경사로 개선 등 이동 약자를 고려한 설계를 반영해, 기존의 노후 건축물을 유니버설디자인 기반의 공공시설로 탈바꿈시켰다. 부산시 최초의 ‘유니버설 시범사업 1호 공공건축물’로서 디자인 개발 단계부터 시민 참여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실질적 의의를 지닌다. 실제 개선 이후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4%가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사진8] ‘유니버설디자인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영도종합사회복지관 개선 ©부산디자인진흥원

이러한 정책적 성과는 국내를 넘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부산의 ‘유니버설디자인 기반 조성 및 진흥’ 정책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유니버설디자인상 중 하나인 2024 IAUD 국제 디자인 어워드에서 금상을 수상, 부산형 유니버설디자인 정책의 가능성을 입증하는 출발점으로 자리했다.

[사진9] 2024 IAUD 국제 디자인 어워드 수상 증명서 ©부산디자인진흥원 제공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부산은 유니버설디자인의 지속 가능성과 확산 가능성을 품고 꾸준히 성장해야 하며, 그 여정 자체가 인간 중심 디자인의 실천이 될 수 있다. 유니버설디자인의 가치 실현은 부산을 모두에게 열려 있는 도시, 머무르고 싶은 도시, 글로벌 디자인 선도 도시로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도시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모든 과정에서 ‘인간 중심’이라는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양한 삶의 방식과 필요를 존중하는 디자인의 방향성을 함께 만들어가는 일은, 부산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글로벌 허브 도시로 나아가는 가장 실질적인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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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25-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