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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뉴스레터] 로컬의 시선으로 도시를 디자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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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담당자 2025-10-23 17:49:19

Trend & Insight 로컬의 시선으로 도시를 디자인하다

외부 설계의 논리가 아닌 내부 주체의 실천이 도시브랜드의 새로운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핵심은 바로 로컬이다. 로컬은 낡고 오래된 것이 아니라, 지금 이곳의 삶과 문화를 새롭게 발견하는 시선이다. 지난해까지 도시브랜드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다져온 부산은, 현재 시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행 전략을 통해 도시브랜드를 구체화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로컬 문화와 디자인이 있다.

[사진1] 감천문화마을은 마을 주민들과 지역 예술인들이 주체가 되어 생활과 예술이 공존하는 마을을 만들어가고 있다 ©비짓부산(촬영기관 : 부산관광공사)

로컬에서 출발하는 도시

오늘날 로컬은 도시브랜드의 구체적 실현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로컬 크리에이터, 로컬 브랜딩, 로컬 비즈니스 등은 이미 실험적 단계를 넘어 많은 지자체에서 도시 활성화를 위한 전략으로 삼고 있다. ‘Local’을 직역하면 ‘지역의’, ‘현지의’라는 뜻이지만, 이제 행정적 구역이나 물리적 공간을 넘어 자연과 사람, 역사와 문화, 산업과 생활이 서로 맞물리는 유기적 생태계로 바라봐야 한다. 로컬은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시민을 위한 도시 경험을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로컬 생태계를 움직이는 중심에는 단연 디자인이 있다. 여기서 디자인은 피상적인 미적 개선이나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지역의 맥락을 읽고 해석하는 총체적 과정이다. 지역이 보유한 이야기가 시각적으로 드러나면, 사람들은 이를 통해 경험을 공유하며 유대를 형성한다. 그들의 교류는 지역을 바라보는 다른 관점을 열고, 자연스럽게 지역의 숨겨진 문제와 잠재된 가능성을 발견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는 곧 실제적인 지역의 변화를 촉발한다.

이러한 지점에서 디자인을 도시 전략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 도시의 자원과 서사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사람과 공간의 관계를 새롭게 설계하는 사고의 도구로서의 디자인. 지역의 재발견, 경제적 활력, 사회적 연대, 문화적 재생을 촉진하며 도시의 정체성을 재구축하는 디자인은, 사람과 도시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순환 구조의 매개체로 작동한다.

이미 국내 여러 현장에서도 이 같은 철학은 구체적 성과로 드러난다. 지역의 고유한 자원과 이야기를 기반으로 마을, 브랜드, 커뮤니티, 근대 유산이 새로운 흐름을 빚어낸 사례들을 통해, 로컬의 원리가 도시의 미래로 어떻게 확대되는지, 그 과정에서 디자인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수 있다.

마을, 공간 디자인으로 재발견을 이루다

도시의 변화는 언제나 가장 작은 단위인 마을에서부터 시작된다. 마을은 지역의 생활 양식과 일상 문화가 가장 밀도 있게 응축된 장소이자 지역의 고유성이 생성되는 근원적 공간이다. 따라서 마을에 주목하는 것은 지역을 재발견하고, 지역의 자생력을 구축하는 접근 방식으로 볼 수 있다.

공주 제민천 마을

한때 공주의 중심이었던 제민천 일대는 충남도청 이전 이후 빠르게 쇠퇴했다. 이에 공주시와 민간이 협력해 2014년부터 원도심 일대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며, 역사 자원을 보존하면서 현대적 감성을 반영하는 공간 디자인으로 나아갔다. 빈집은 공방과 갤러리로 변화하고, 골목은 문화 산책로로 살아나며 마을 전역이 하나의 서사적 네트워크로 엮였다. 특히 외지인의 시선과 지역민의 일상이 융합된 지역 공동체는 도시 회복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사진2] 공주 제민천 마을 전경 │ 출처 : 마을스테이 홈페이지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철거 위기에 놓였던 달동네는 2007년 벽화 공모전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이했다. 전국의 미술대학생과 시민이 참여해 마을 담벼락을 채운 그림은 공동체의 특성을 시각화한 참여형 디자인의 모범이 됐다. 지역민과 시민단체가 주체로 나서며 내부에서 변화의 동력을 만들어냈다는 점이 돋보인다. 신규 건축이나 개발 없이 리디자인만으로 도시의 연속성을 확보한 사례로, 2년마다 옷을 갈아입는 벽화는 마을의 순환적 생명력을 상징한다.

[사진3]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전경 ©익스피디아

로컬 브랜드, 경제적 활력을 도모하다

경제를 움직이는 힘은 반드시 막강한 자본이나 대규모 기업에만 있지 않다. 지역성을 내재한 로컬 브랜드도 경제적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다만 기본적인 원재료나 서비스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 이에 지역 브랜드 가치를 시각적으로 재편하는 디자인이 로컬 브랜드의 필수 전략이 될 수 있다.

춘천 감자밭

춘천의 베이커리 카페 감자밭은 지역 특산물인 감자를 소재로 한 제품 개발을 통해 지역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다. 감자를 형상화한 빵의 외형과 실제 감자 포장재를 본떠서 만든 패키지는 지역 자원의 상징성을 시각적으로 강화하며, SNS를 중심으로 높은 확산 효과를 얻었다. 카페는 현재 연간 7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로컬 명소로 자리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와 농산물 가치 증대에 이바지한다.

[사진4] 춘천 감자밭 매장 전경과 감자빵 패키지 ©농업회사법인 밭 주식회사

제주 우무

제주 해녀가 채취한 우뭇가사리를 활용해 푸딩,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는 제주 대표 로컬 브랜드 우무. 특히 친근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소비자와의 정서적 접점을 강화하며 관광객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우무 푸딩을 손에 들고 캐릭터가 그려진 매장 앞에서 촬영하는 인증사진은 제주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됐으며, 캐릭터 굿즈 역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역 자원과 서사를 유기적으로 연결한 로컬 브랜딩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사진5] 제주 우무 1호점 전경과 굿즈 머그컵 ©주식회사 우무

커뮤니티 디자인,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다

지역의 흥망성쇠는 결국 사람 간의 관계에서 결정된다. 일시적인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지역만의 고유한 가치를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체가 협력하는 관계망 속에서 상생적 연대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사람을 중심으로 한 공간과 콘텐츠는 도시 재생을 촉진하고, 포용적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기반이 된다.

인천 개항로 프로젝트

인천 중구 개항로 일대의 쇠퇴한 원도심은 최근 활기를 되찾고 있다. 그 중심에는 쇠락한 거리를 지켜온 60여 개의 노포와 이를 오래된 것이 아닌 축적된 이야기로 바라본 사람들이 있었다. 노포의 장인과 청년 기획자의 협업은 지역만의 자산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발굴해 냈다. 낡음의 가치를 살린 공간 디자인과 상생적 관계망은 주민과 방문객을 아우르는 활동적 커뮤니티를 만들어 거리 전체에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사진6] 지역민과 함께 개발한 개항로 서체. 50년 이상 인천 개항로에서 나무 간판을 만들고 있는 전원공예사 전종원 작가의 간판 글씨를 모본으로 완성했다 │ 출처 : 마계인천 홈페이지

목포 괜찮아마을

2018년 전남 목포시에 문을 연 괜찮아마을은 청년 마을 만들기의 출발점이자 협력적 커뮤니티 공간이다. ‘쉬어도 괜찮고, 실패해도 괜찮다’라는 철학 아래 목포 원도심의 유휴 공간을 재설계하고, 집(정착), 학교(교육), 공장(창업)을 토대로 생활 기반을 마련한다. 청년들은 이곳에 체류하며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마을 주민으로서 공동체적 활동을 이어감으로써 협력 구조를 형성, 사회적 연대를 조직한다.

[사진7] 목포 괜찮아마을 커뮤니티 공간 모습 │ 출처 : 괜찮아마을 홈페이지

근대 유산, 문화적 재생을 촉진하다

근대 유산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내재한 고유 자산으로,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도시의 정체성을 도출하는 도시 재생 디자인의 근간이 된다. 낡은 유산을 해체하거나 대체하는 대신, 문화 자산으로 전환한 부산의 사례들은 세계디자인기구 실사단으로부터 도시 재생의 모범 사례로 인정받으며, 도시브랜드 부산의 가능성을 입증한 계기가 됐다.

수영 F1963

1963년부터 2008년까지 45년간 와이어로프를 생산하던 수영의 한 공장은, 원형을 최대한 보존한 재생 건축을 통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과거의 시간을 존중하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법고창신의 방식은, 산업 유산이 쌓아온 시간의 층위에서 영속적인 문화 경험을 피워냈다. 멈춰 있던 산업 시설은 시민들의 참여가 더해지며, 도시 문화의 순환을 이끄는 창의적 문화 거점으로 자리하고 있다.

[사진8] 수영 F1963 전경 ©비짓부산(촬영기관 : (주)써머트리)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해운대 미포에서 청사포, 송정으로 이어지는 4.8km 구간의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는 친환경 도시 재생을 통해 도시 생태와 해양 경관을 융합한 혁신적인 공공디자인 모델이 됐다. 해변열차와 스카이캡슐, 산책로 등은 시민과 방문객에게 다층적 관광 경험을 제공하며, 지역 문화의 재활성화를 촉진했다. 자연 훼손을 최소화한 설계와 지속 가능한 디자인 전략은 도시의 생태 균형을 회복함과 동시에 지역 경제와 관광 활성화에 기여한다.

[사진9]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해변열차 ©비짓부산(촬영기관 : (주)써머트리)

로컬과 도시의 순환

우리는 앞선 사례들을 통해 마을, 브랜드, 커뮤니티, 근대 유산이 도시의 새로운 비전을 창출하는 방식을 살펴봤다. 로컬에 주목하는 것은 도시의 생존 전략이자 문화적 자립을 위한 설계 논리이며, 나아가 도시를 바라보는 인식의 틀을 전환하는 최초의 시도다.

그렇다면 부산은 어떨까. 부산은 풍부한 자원과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오래전부터 로컬의 가능성을 품어왔다. 이전에 살펴본 F1963, 블루라인파크와 같은 근대 유산 기반의 문화 재생 사례부터 감천문화마을, 베리베리 굿 봉산마을 등 마을 단위의 도시 재생, 모모스커피, 삼진어묵과 같이 지역 자원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 비콘그라운드, 피아크 등 사람과 공간을 아우르는 커뮤니티 사례는 그의 근거로 볼 수 있을 터. 부산시는 도시의 잠재력과 가치를 장기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다각적인 로컬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그의 일환으로 ‘청년 로컬크리에이터 레벨업 사업’, ‘로컬 온(ON) 마켓’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청년들이 문화적 자산과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참신한 경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는 지역의 자원을 창의적 방식으로 재해석해 도시의 활력을 되살리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로컬 프로젝트가 도시 전반으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참여 구조를 체계적으로 설계하고, 사회적 효과를 가시화하는 디자인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그 대표적인 시도로 ‘시민공감디자인단’을 들 수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시민이 직접 생활 속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참여 기반 공공디자인 프로세스를 통해 도시 문제 해결의 혁신적인 접근을 보여줬다. 시민 참여 디자인이 도시 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부산시는,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비전 실현을 위해 ‘미래 부산 디자인단’을 새롭게 모집했다. 키즈 디자인랩, 영 웨이브 디자인단, 유니버설 디자인단, 시니어 디자인단, 세계디자인수도 홍보단 등 5개 분야에서 총 250명의 시민이 참여하며, 내년 12월까지 디자인 관련 정책과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수행한다. 부산시는 디자인단의 제안을 검토해 향후 실제 사업과 정책에 적용함으로써 도시 비전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사진10] 미래 부산 디자인단 모집 카드뉴스 ©부산디자인진흥원 제공

아울러 부산디자인진흥원은 지역 기업과 협력해 지역 사회 현안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지역 재생 서비스 및 커뮤니티 디자인 특화 기업 싱크앤두랩은 진흥원의 지원 아래, ‘모두가 함께하는 공공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시민이 지역 공공디자인을 진단하고 데이터를 수집해 개선 방안을 제언하는 데이터 기반 참여 디자인 방식으로, 지역 사회에 실질적 변화를 일으키는 의미 있는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이는 도시 구성원의 일상적 인식과 참여가 제도적 시스템과 연결될 때, 도시 차원의 구조적 혁신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결국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힘은 미시적 관점의 로컬 전략과 거시적 관점의 도시 전략이 융합을 이룰 때 생겨난다. 로컬이 현장 경험과 사람 중심의 관계망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면, 도시는 이를 인프라와 시스템으로 구체화해 조직적으로 강화한다. 이 두 층위가 디자인을 매개로 상호 연결될 때, 지역은 수도권의 대안이 아니라 자생적 아이덴티티를 가진 도시 모델로 성장할 수 있다.

부산이 그려나갈 디자인 도시

부산은 2028 세계디자인수도로 지정됐다. 주제는 ‘모두를 포용하는 도시, 함께 만들어가는 디자인(Inclusive City, Engaged Design)’이다. 이는 디자인을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닌,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확립하는 실천적 도구로 바라보겠다는 선언이다. 부산은 이번 지정을 계기로, 그 잠재력을 도시 전반으로 확장하며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디자인 도시의 모델을 구축하고자 한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금 디자인의 본질을 성찰하게 된다. 디자인은 형태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관계적 언어다. 지역민과의 협력 속에서 도시의 고유한 맥락을 발견하고, 그것을 함께 구성해 가는 ‘과정’이야말로 오늘날 부산이 지향하는 방향이다.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그 건축이 다시 우리를 만든다(We shape our buildings, thereafter they shape us).” 윈스턴 처칠이 남긴 문장을 이렇게 바꿔볼 수 있다. “우리가 도시를 디자인하지만, 그 도시가 다시 우리를 디자인한다(We Design our cities, thereafter they design us).” 시민과 함께 도시의 정체성을 디자인하는 세계디자인수도 부산. 부산은 이 의미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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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25-11-06